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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유로화 유로 사용 국가 유로 환율

by 데코머니 2023.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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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유로 사용국가

한 집안에 아버지와 두 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형 A는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잘 나가는 직장에 취직했지만, 동생 B는 고등학교 졸업 후 급여생활자가 되었습니다. 둘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데 큰 차이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자산가인 아버지의 신용도를 은행에서 인정해 줬기 때문입니다. 형제는 똑같이 1억 원을 빌려주면 지역 아파트에 투자했습니다. 

 

한두 번 큰 수익을 내자 형제는 더 큰 부동산에 몽땅 투자했지만 금융위기가 발생하며 투자했던 아파트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5억 원의 아파트에 투자하면서 형제는 각각 3억 원의 빚을 냈는데 담보가치가 하락하자 은행은 담보 비율이 부족한 만큼 상환을 요구하였습니다. 

형 A는 급히 회사에 지원을 요청해 퇴직금을 담보로 1억 원을 빌려 은행에 일부 빚을 갚았지만 그럴 여력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동생은 할 수 없이 그의 아버지에게 달려가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런 말만 남기고 사라집니다. 

“신용은 빌려줄 수 있지만 그로 인한 부담은 직접 감당해야 한다. 아버지는 돈을 빌려줄 수 없으니 스스로 알아서 해라." 

경제가 어려워지자 형제가 다니던 회사는 이제 구조조정을 한다고 합니다. 다행히 능력이 있는 형 A는 급여를 낮춰 직장을 옮길 수 있었지만 동생 B는 그럴 여력이 없어 할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게 됩니다. 한 사람을 충원해야 하는데 회사에서는 이왕이면 경쟁력이 있는 형 A를 고용한 것입니다. 한 자리를 놓고 정쟁해야 한다면 동생이 지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빛만 있는 동생이 이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생활비를 줄이고 자동차를 팔고 아내에게는 주변 식당에 나가서 일하라고 말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죠.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도와주면 좋으련만 바랄 수 없으니 동생의 생활은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과연 대학이 문제였을까요? 돈은 빚입니다. 신용은 당신의 얼굴이고요.

유로존 같은 화폐를 사용한다는 것

앞서 든 사례는 비유로, 형은 독일이고 동생은 그리스이며 아버지는 유럽 중앙은행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형과 동생의 학력을 감안해 경쟁한 곳을 배려해 줬다면 경쟁력이 없는 동생은 어떻게든 해볼 수가 있었겠지만, 경제가 어려워지자 그런 배려는 사치에 불과합니다.

독일과 그리스는 같은 화폐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같은 지역에서 차별 없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만일 다른 화폐를 사용한다면 경쟁력의 차이는 환율의 자정작용이 작동합니다. 경쟁력이 없는 그리스의 화폐가치가 크게 하락해 독일의 마르크 대비 환율이 상승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게 되죠.

마치 몸에 땀이 나며 체온을 낮추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독일과 그리스가 똑같이 유로화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리스만이 아닙니다. 경쟁력이 약한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도 그리스와 같은 형편입니다. 해외 유학파 형과 고졸 동생이 같은 조건으로 일자리를 얻어야 하는 이 부당함. 이것이 유로존의 현실입니다.

아버지라도 나서서 부족한 동생을 도와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아버지의 신용도를 이용해 같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지만 갚는 것은 아버지 도움(환율의 자정작용) 없이 스스로 해야 합니다. 그들은 할 수 없이 비용을 줄이고 몸값을 낮추며 인정인지를 절감하는 것 외에 답이 없습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연금을 삭감하고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유로, 화폐 통일이 불러온 대가

2018년 이탈리아에서는 오성운동 Movimento 5 stelle이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내세웠던 구호는 '재정 긴축 폐지'였습니다. 그동안 아버지의 신용도를 빌려 흥청망청 대출로 살아온 것은 반성하지 않고 유럽중앙은행 때문에 이탈리아 경제가 힘들다고, 자기들이 집권하면 유로존과 맞서 싸우겠다고 해서 표를 얻었죠.

그러나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유럽중앙은행의 말을 따라야 하는 처지입니다. 환율의 자정작용이 없는 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버지의 재정 지원이니까요. 그러나 동생에게만 재정 지원할 경우 형이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겁니다. 같은 아들인데 왜 동생에게 만 돈을 지원하느냐고 따지고 나서겠지요.

약 7년 전인 2016년 서울시의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재정이 넉넉한 강남 3구 예산의 일부를 여력이 부족한 금천구, 도봉구 등에 지원하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당시 강남 3구의 주민과 이를 반대하는 언론들이 순식간에 들고일어나서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같은 대한민국, 같은 서울 시민이었지만 구가 다르다는 이유로 좋은 의도였음에도 말도 꺼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돈이라는 건 무섭습니다. 하물며 국가가 다르고 민족이 다른 그리스, 이탈리아 국민을 위해 독일과 네덜란드 국민이 자신의 세금을 준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결국 유럽의 문제는 그들이 처음부터 목표로 한 '통화 통합-> 재정 통합-> 국가 통합'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한 유로화 문제를 영원히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유로화 통합 전에 국가별로 사용했던 과거의 통화로 돌아가는 길 외에 유로존 재정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다. 물론 앞서 말한 동생(그리스, 이탈리아 등)이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하고 인건비를 줄이고, 자동차도 타지 않고 엄청난 비용을 줄인다면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요.

 

유로화나 유로 사용국가의 화폐통일 이후에 겪은 일들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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